대나무 풍경(風磬) 소리

곽중호
2012-02-13
조회수 5150
대나무 풍경(風磬) 소리



남도 봄맞이가 이른 감은 있으나 입춘이라고 하니 봄은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입춘에 쌍둥이네 흙집을 방문하니 숙소 문에 ‘◯◯네 立春大吉’이라는 문패를 달아 놓으셨네요. 저도 문패 달린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하루 동안은 제 집임에 틀림 없습니다. 주인장님이 문패까지 달아주셨는데 굳이 마다할 이유가 있겠습니까...ㅎㅎㅎ



입춘인데도 아침에 눈발이 날렸습니다. 여수에서는 올해 처음 오는 눈이라고 합니다. 주인장님은 우리 막내 아들을 데리고 뒷산 대나무 밭에 가셨습니다. 막내 아들 학교 제출물을 고민한 저는 염치불구하고 대나무를 활용하여 뭔가 만들 수 있을지를 부탁드렸고, 흔쾌히 승낙을 해주셨습니다. 이윽고 뒷산 대나무 밭에서는 톱질 소리가 아득히 들렸습니다. 저는 아궁이에 장작 몇 개를 더 넣고 기다렸습니다.



조금 후에 흙집 주인장님과 막내 아들은 굵은 대나무를 하나 들고 나타났습니다. 이 대나무로 소리 나는 무언가를 만든다고 하시는데 저도 동심으로 돌아가 모처럼 설레더군요.



굵은 대나무를 연필꽂이처럼 마디를 아래로 하고 자릅니다. 그리고 바닥이 아닌 윗부분 가장자리를 빙둘러 일정 간격으로 구멍을 뚫습니다. 흙집 만물창고에서 아주 오래된 실로폰 하나를 가져옵니다. 이 실로폰 음계를 하나씩 분해합니다. 요즘 실로폰은 두께도 얇고 색깔도 가지 가지 인데, 창고에서 나온 실로폰은 1980년대 국민학교에서 쓰던 그대로의 실로폰입니다. 실로폰 음계를 낚시줄을 이용하여 가장자리 일정 간격으로 구멍을 뚫어 놓은 곳에 마음대로 엮습니다. 굳이 도레미파솔라시도 순서대로 할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면 똑같은 연주는 한번도 없을 테니깐요. 다 엮은 다음에는 대나무 밑바닥에 구멍을 뚫고 그곳에 매듭을 지어 어디 걸어 놓을 수 있도록 끈을 하나 만듭니다. 이렇게 만든 대나무 실로폰을 바람 잘 부는 곳에 달아 둡니다. 아무나 연주해도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대나무 풍경]입니다.



절의 처마 끝에 달려 있는 작은 종처럼 만들어 가운데 추를 달고 밑에 쇳조각으로 붕어 모양을 만들어 매달아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며 맑은 소리를 내는 것을 이름하여 풍경(風磬)이라고 합니다.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어 쓸쓸하고도 맑은 소리가 나지요.



[대나무 풍경]은 아무 걱정 없이 친구들과 뛰어 놀고 있는 아이들의 맑고 경쾌한 웃음소리가 납니다.

풍경소리가 날때마다 흙집에서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흙집에서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백가이버's Comment (2012-02-17 22:02:46)
잘 지내는가?....^ ^

내가 요즘 파김치네.....

컴퓨터는 그래픽카드가 맛이가서 난리고~

프린터는 고장이나서 시내 나가자고 난리고~

프린터 고치다 손톱 깨져서 아파 죽겠고~

여사직 철웅이는 25일에 오는데 공지올린다고 동영상좀 보내달라 졸라대고~

우리 광팬손님들 사진 보고싶다 아우성이고~

문의오신 손님글은 한결같이 장작방 달라고 협박(?)하고~

거기에 서준이 할아버지가 편찮으셔서 광주병원에 왔다갔다 일주일..........ㅠㅠ

나 따뜻한방에 이틀정도 시체가 되고 싶구먼



좋은 장문의 글 올리느라 고생했네....

한편의 모노 드라마를 보는것 같구먼~

이제 이걸 시작으로 좋은글 자주 보길 기대하네

겨울이 최후의 발악을 하는 주말이네

자네도 제수씨의 학원 오픈으로 새로운 출발을 기다리는 3월이겠네

다같이 힘내세....화이티~~~~~잉(힘이 없어서리....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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